끈
처음 고기한판남을 본 건 6월 1일이었다
말 그대로 고기한판 이라는 새로생긴 가게에서 봤다
우리가 앉은 테이블의 대각선 쪽으로 앉아있었지
혜지가 저사람 뭔가 너랑 잘어울린다, 왠지 너의 이상형일 것 같다, 라는 바람잡이로 인해 나도 눈길이 계속 갔다. 그땐 분명히 괜찮네. 내스타일 맞아. 로 끝났었다
혜지는 계속해서 고기한판남 언급을 하며 나랑 진짜 잘 어울린다는 소리를 했고... 귀를 쫑긋 열더니 고기한판남이 같이 왔던 지인과 하는 이야기를 들었단다
“외롭다. 근데 외로워서 사귀기는 싫다.” 라고 했단다
술도 잘먹더라. 2명이서 소주 5병 마시고도 아무렇지 않던데. 그것도 멋있어보였다. 귀엽게 잘생긴 스타일이었다. 사실 전에 부산에서 블로썸 갔을 때 만났던 준혁이랑 쪼오금 비슷하게 생기긴 했다. 아무튼 잘생겼는데 귀여웠다
난 귀엽다는 생각, 거기서 끝날 줄 알았다
근데 왜 자꾸 마주치는 걸까, 창조관 복도에서 우연히 마주친 날 처음엔 그사람인 줄 몰랐다. 눈은 자꾸 마주치는 데 뭔가 어디서 본 것 같은 사람, 낯이 익는데 어디서 본 지는 기억이 안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집에 가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고기한판남이었다
그 날부터 이상하게 자꾸 마주치더라... 한 번도 본 적 없던 사람을 고기한판에서 본 이후로 일주일에 3번은 마주친 것 같았다. 창조관에서 또 마주치고, 대운동장에서 또 마주치고, 공대 건물 앞에서도 마주치고... 자꾸 우연이 겹치니 나도 모르게 의미를 부여했다
그런데 창조관 1층에서 또 마주했을 땐 한판남이 어떤 여자와 함께 있는 것을 목격했다
심지어 손을 잡고 있었다
아무 사이 아닌데 나는 신경쓰였다... 여자친구 그리 이쁘지도 않던데.. 아니 2주 전까지만 해도 외롭다며? 외로운데 외로워서 사귀긴 싫다며!!!
흑... 우리 학교 4년 다니면서 이렇게 외모로 꽂힌 사람 없었는데... 너무너무 슬펐다
그리고 어제 밤, 도이 생일파티를 위해 다 같이 모여서 만만코코로에서 놀다가 오사카블루스로 옮겼다
오사카블루스에 고기한판남이 있었다... 정말 우연의 연속이었다
근데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제 그만 마주치고 싶다
자꾸 마주치니 더 생각나는 것 같다
그리고 담배피던데... 키도 작은게... 머리콩 박아주고 담배 끊으라고 하고싶었다
그냥... 찰나의 순간 잠시 꽂힌 사람일 뿐이고
내가 용기내어 뭘 한 것도 아니었기에
또 나는 후회만 가득 남기고 마음을 접기로 했다
이젠 그 끈을 놓기로 했다